저에게 에버노트는 10년 넘게 사용해 온 '디지털 창고'였습니다. 웹에서 본 좋은 글, 번뜩이는 아이디어, 회의록, 영수증까지... 제 삶의 모든 파편을 에버노트라는 든든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죠. 에버노트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저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졌습니다. 쌓아둔 정보를 그저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하고 엮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갈증이 커졌죠. 오랜 고민 끝에 저는 '두 번째 뇌(Second Brain)'를 만들어준다는 옵시디언(Obsidian)으로의 대대적인 이주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제게는 3가지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
변화 1: 정보 '저장'에서 '연결'로 🧠
가장 큰 변화는 노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것입니다. 에버노트에서의 제 노트 정리는 '폴더링'에 가까웠습니다. '업무', '개인', '아이디어' 같은 노트북(폴더)을 만들고, 그 안에 노트를 넣고, 태그를 다는 방식이었죠. 잘 정리된 서류 캐비닛 같았지만, 각 노트는 독립된 섬처럼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옵시디언은 달랐습니다. 옵시디언의 핵심은 '백링크(Backlink)' 기능입니다. 노트 안에서 `[[다른 노트 제목]]` 형식으로 대괄호를 두 번 사용하면, 노트와 노트가 거미줄처럼 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에 대한 노트를 쓰다가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링크하면, 두 노트는 서로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 연결망은 '그래프 뷰'를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들이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뭉쳐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한눈에 볼 수 있죠. 더 이상 제 노트들은 외로운 섬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가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머릿속 뉴런들이 연결되는 경험과도 같았습니다.
변화 2: 플랫폼 '종속'에서 데이터 '소유'로 🔑
두 번째 변화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버노트를 쓸 때는 항상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만약 에버노트 서비스가 종료되면 내 노트는 어떻게 되지?", "갑자기 요금 정책이 바뀌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죠. 내 모든 데이터가 에버노트라는 특정 회사의 서버와 그들의 형식에 '종속'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옵시디언은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옵시디언의 모든 데이터는 제 개인 컴퓨터나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저장소에 '마크다운(.md)'이라는 표준 텍스트 파일 형식으로 저장됩니다. 즉, 데이터의 완전한 소유권이 저에게 있는 것이죠.
마크다운(.md)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준 형식이라, 10년, 20년 뒤에도 파일을 열 수 있다는 보장이 있습니다. 만약 옵시디언이 사라지더라도, 제 노트 파일들은 그대로 남고 다른 텍스트 편집기에서도 얼마든지 열고 편집할 수 있습니다. 내 지식 자산이 미래에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죠.
변화 3: 생각 '소비'에서 '생산'으로 ✍️
에버노트의 '웹 클리퍼' 기능은 정말 강력합니다. 좋은 글을 보면 버튼 한 번으로 내 창고에 스크랩할 수 있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정보를 '수집'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백 개의 스크랩된 글들은 그저 읽지 않은 책처럼 쌓여만 갔습니다.
옵시디언으로 넘어오면서 제 노트 습관은 '생산'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옵시디언은 스크랩한 글을 그대로 두지 않게 만듭니다. 글을 읽고, 제 언어로 요약하고, 중요한 문장을 발췌한 뒤 다른 노트들과 '연결'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죠. 이 과정에서 정보는 단순한 스크랩이 아니라 온전한 '내 지식'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나 새로운 아이디어 기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옵시디언은 에버노트처럼 친절한 앱은 아닙니다. 처음 사용하려면 마크다운 문법을 익혀야 하고, 다양한 기능을 쓰려면 '커뮤니티 플러그인'을 직접 설치하고 설정해야 하는 등 약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설치하고 바로 쓰는' 편리함을 원한다면 에버노트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에버노트 → 옵시디언: 핵심 변화 요약
자주 묻는 질문 ❓
에버노트에서 옵시디언으로의 이사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옵시디언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정보의 파편을 쌓아두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만의 지식 체계를 세워 생각을 발전시키고 싶은 분이라면, 옵시디언으로의 이주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두 앱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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